작가 강형구 "난 류현진처럼 구질 다양한 화가"
2013-10-20 Period 2013. 10. 16 매일경제
   

작가 강형구 "난 류현진처럼 구질 다양한 화가"
2013. 10. 16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3층. 인기 작가 강형구(59) 작업실 한쪽에 놓인 TV에서는 프로야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야구 팬인 그는 "류현진이 잘나가는 것도 직구 싱크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나 또한 구질이 많은 투수처럼 다양한 화풍을 구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를 만난 영은미술관에서는 강형구 개인전 `I See You`전이 열린다. 최근 3년간 작업한 200호 이상 대작 10여 점과 캐리커처 작품이 벽에 걸려 있고, 역대 대통령 얼굴을 비롯한 유명인들을 진흙으로 빚은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그는 "화풍이 일찍 찾아오는 것은 작가로서도 불행한 일"이라며 "결국 자기 그림을 스스로 흉내 내 작가 인생을 단축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그는 쉰셋 나이에 처음으로 작품이란 걸 팔아봤다. 조그만 화랑과 함께 상하이아트페어에 나갔을 때였다. 나무 틀과 액자도 없이 캔버스를 둘둘 말아 상하이에 갔을 때만 해도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전까지 저는 `팔포(팔기를 포기한) 작가`로 불렸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인물 그림이 팔리지 않잖아요. 남 얼굴을 집에 들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죠."

 

`팔포 작가`였던 그는 이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단골로 나갈 정도로 인기 작가가 됐다. 200호짜리 자화상 한 점이 다음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나간다. "한국에서 제 자화상이 팔리는 것이 참 뿌듯합니다. 고흐나 렘브란트도 생전에 자기 자화상을 그렇게 팔지 못했지요."

사실 한국에서 인물화는 거의 팔리지 않는 장르다. 그나마 야한 인물화는 더러 팔린다. 그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스타 작가가 된 것이다.

그가 그리는 인물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빈센트 반고흐,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유명인을 주로 그린다. 그래서 연예인들도 자신을 그려 달라고 요청하지만 번번이 거절한다. "전 연예인은 한 점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먼로나 헵번을 그린 것은 시대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정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작품이 대다수다. 마치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 관람객을 노려보는 듯하다. "얼굴을 그리지만 그 안에 시대와 감정을 담습니다. 마더 테레사를 그리면 손 주름이 70%를 차지해요. 손이 마더 테레사를 보여줍니다. 기법보다는 그 사람 분위기와 색감, 정신이 더 중요한 것이지요."

 

대법관까지 지낸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중앙대 회화과를 다닌 그는 졸업 후 농약회사에서 10년을 근무했고 화랑을 차렸으나 곧 망했다. 후반 생을 남겨두고 화가 길을 걸은 것이다.  "이제 한국 사람들도 많이 그릴 계획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얼굴은 정명훈과 안성기지요. 그들 캐리커처 작업을 11월 아라리오갤러리 전시에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 전시는 12월 5일까지. (031)761-0137